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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호 변호사의 법률 조언] 나체사진 '전달하기' 눌렀다가 재판에⋯법원 "실제 인물인지 증명 안 돼 무죄"


나체사진 '전달하기' 눌렀다가 재판에⋯법원 "실제 인물인지 증명 안 돼 무죄"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반포 등)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확정

허위영상물 대상인 '사람'은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존 인물이어야

법무법인 에스 임태호 변호사 "합성 대상이 실제 인물인지 객관적 증거 따져야"



4줄 요약

누가: 메신저를 통해 여성의 나체가 합성된 사진 1장을 다른 채널로 전달한 피고인

결과: 1심 무죄 확정

왜: 인공지능(AI)과 사진·영상 기술의 발달을 고려할 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진 속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

쟁점: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죄가 성립하려면, 합성물의 대상이 동의나 반대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존 인물이어야 한다는 법리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타인의 얼굴이 합성된 이른바 '허위영상물'을 전달하면 무조건 처벌될까.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25년 7월, 사진 속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인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사건에서 1심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A씨는 2024년 말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한 채널에 참여했다. 그는 다른 채널에 올라와 있던 사진 1장을 '전달하기' 기능으로 자신이 참여 중인 채널에 업로드했다.


검찰은 이 사진이 사람의 얼굴에 여성의 나체를 합성한 것이라고 봤다. A씨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된 허위영상물을 반포했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반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영상물 속 인물이 가상이어도 처벌될까


법원은 허위영상물 반포죄가 성립하려면 합성 대상이 동의나 반대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존 인물이어야 한다고 봤다. 가상 인물이라면 이 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사진 속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지였다. 


A씨 측은 법률이 정한 '사람'은 실존 인물로 해석해야 하는데, 문제의 사진은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상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다른 텔레그램 채널에 이미 올라와 있는 사진을 전달하기 기능으로 옮겼을 뿐, 그 사진을 어느 채널에서 구했는지나 사진 속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2항을 근거로 범죄 성립 요건부터 짚었다.


해당 조항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만들어진 합성물을 반포한 경우와, 만들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한 경우를 처벌한다.


재판부는 두 경우 모두 '대상자의 의사에 반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야 하므로, 원본 촬영물 등의 대상인 '사람'은 "편집·합성 또는 가공에 대하여 동의 또는 반대의 의사를 가질 수 있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본도 출처도 없는 사진, 실존 인물로 볼 수 있나


법원은 원본도 출처도 확인되지 않은 사진만으로는 실존 인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증거자료로 알 수 있는 것은 사진의 배경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온천이라는 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 등을 확인할 자료는 없었다. 


실제 사람의 얼굴에 여성의 나체를 합성한 것인지, 아니면 가상 인물의 얼굴에 실제 여성의 나체를 합성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가상 인물의 나체 사진에 온천 배경만을 합성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AI 기술 발달, 무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줬나


재판부는 AI 기술의 발달로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인물의 그림을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며 "실제 사진과 인위적으로 합성한 사진의 구별도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적힌 '불상의 피해자'가 실제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A씨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 A씨를 변호한 법무법인 에스의 임태호 변호사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지의 외관만으로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을 구별하기 어려워졌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어 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해당 사진이 AI로 생성됐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한 합성물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허위영상물 사건에서는 파일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원본 자료, 생성·합성 경위, 대상 인물의 실재 여부 등 범죄 성립의 전제가 되는 요소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