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인 관계가 파탄되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한 이후 보복성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감정이 크게 상한 상황에서는 민사적 분쟁이나 개인적 원한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합의하에 이루어진 관계가 강제로 뒤바뀌어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간 고소는 제기되는 순간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과 직업, 가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수사 과정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감정에서 출발한 고소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어디까지나 구성요건과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결국 대응의 핵심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강제성을 해체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은 관계 파탄 이후 원한으로 강간치상 고소가 제기되었으나, 경찰 단계에서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1. 사건의 개요
의뢰인 A씨는 배우자에게 외도 사실이 발각되어 상간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위자료 책임이 현실화되는 국면에서, 상간녀는 돌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자발적 교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강간치상 혐의로 형사 고소를 제기한 것입니다.
고소 시점은 상간소송이 불리하게 전개되던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있었습니다. 외도 사실이 민사적으로 상당 부분 입증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통해 관계의 성격을 ‘합의된 외도’가 아닌 ‘강제 피해’로 전환하려는 구조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강제성의 존재 여부, 그리고 상해 주장과의 인과관계였습니다. 단순 강간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규정된 중범죄이며, 상해까지 인정될 경우 실형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A씨는 상간소송으로도 이미 심리적 부담이 큰 상황이었고, 형사 고소까지 더해지면서 극심한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억울함은 분명했지만,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2. 수사 구조상 가장 위험했던 지점
이 사건에서 가장 위험했던 부분은, 민사 분쟁의 맥락이 형사 판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① 진술 중심의 성범죄 구조
성범죄 사건은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입니다. 상간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고소의 허위성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폭행·협박의 존재와 강제성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만약 A씨의 진술이 흔들리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면 불리한 인상이 형성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② 강간치상의 법정형 부담
강간은 벌금형이 없는 중범죄입니다. 상해가 인정될 경우 형량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기소 자체가 실형 리스크로 직결되는 구조였습니다.
③ 상간소송 자료의 양면성
상간소송 과정에서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방어 논리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관계의 맥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위험도 존재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강간 구성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민사적 갈등 구조를 형사 법리에 정확히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3. 위기 탈출을 위한 법무법인 에스의 대응 전략
수임 직후, 대응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습니다.
① 상간소송 진행 경과와 형사 고소 시점의 대비
상간소송의 진행 상황, 제출된 증거, 불리하게 전개된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형사 고소와의 시점을 대비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소 배경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② 관계의 전모 재구성
교제의 시작, 반복된 만남, 애정 표현, 자발적 성적 대화 등을 시간 순으로 배열했습니다. 강제성이 있었다면 이후 관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였습니다.
③ 문제된 행위의 동의 정황 확보
고소인이 문제 삼은 행위에 대해 사전 동의 또는 요청 정황이 존재한다는 점을 대화 내용으로 정리했습니다. 사건 직후에도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는 점은 강제성을 부정하는 중요한 간접사실이었습니다.
④ 상해 주장에 대한 법리적 검토
상처의 존재와 강간치상 성립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폭행·협박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합의된 행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범위라는 점을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상해와의 인과관계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처분을 받았습니다. 민사와 형사가 동시에 얽힌 위기 상황에서 형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사례였습니다.
4. 이 사건에 결과를 갈랐던 실무 포인트
이 사건에서 결과를 갈랐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원한에서 비롯된 고소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쉬운 대응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고소의 동기보다 먼저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상대방의 의도를 공격하기보다, 강간 및 강간치상 성립 요건이 객관적으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폭행·협박의 존재와 그 정도, 그리고 상해와의 인과관계를 분리해 검토한 것이 중요했습니다. 단순히 상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강간치상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상처가 강제력 행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가 있었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사건 당일만을 떼어내어 해석하지 않고, 관계의 형성부터 이후의 대화 흐름까지 전체 맥락 속에서 제시한 점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전후 정황이 강제성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하나씩 해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무혐의라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